말 잘하고 축구 좋아하는 여자가 어때서요?
주인공 서연이는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중시하는 Z세대 아이들을 대변한다. ‘서연’은 2004년부터 십여 년 동안 여자아이에게 가장 많이 지어진 이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서연이는 호기심 많고 당차고 활동적인 아이다. 어려서부터 질문을 쏟아내는 말 잘하는 아이, 축구나 태권도 같이 몸을 움직여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자기 소신을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아이지만 어른들은 ‘여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서연이의 말과 행동, 취향까지도 통제하려고 한다. 어른들이 어린 시절부터 자라면서 들은 말들과 겪은 일들을 세월이 흐른 뒤 지금도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생활 속 깊이 뿌리 내린 잘못된 고정관념이기에 어른들도 문제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목소리로 어른들의 성 차별적인 말과 행동을 담아내며, 꽁꽁 숨겨둬야 했던 진짜 나의 모습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여자니까 분홍이지’, ‘여자는 피부가 하얗고 고와야지’
나의 취향과 개성을 존중해주세요!
서연이가 유아, 어린이, 청소년으로 성장해가면서 각 시기에 따라 자주 듣는 성 차별적인 말과 행동도 조금씩 달라진다. 유년 시절부터 가장 많이 접하는 성별 고정관념은 장난감, 색깔, 학습에 관한 것들이다.
– 인형이나 소꿉놀이 장난감 사주고 로봇, 공룡, 공, 자동차는 여자아이들이 안 좋아한다고 안 사주기
—p.4
– 옷, 장난감, 신발, 책가방, 책상, 벽지, 이불 모두 분홍색 천지에 파란색 물건은 하나만 있어도 어색해하기
—p.10
– 수학, 과학을 좋아하거나 잘하면 신기해하기
—p.52
여자는 분홍색이 예쁘고 잘 어울린다고 고집하거나, 장난감이나 책을 사줄 때도 아이의 취향이나 성향은 고려하지 않고 여자에게는 소꿉놀이나 인형, 공주 동화를 골라주는 경우가 많다.
나이와 관계없이 차별과 편견이 가장 많은 영역은 외모이다. 긴 머리, 날씬함, 흰 피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치마만 입히려고 하는 등 어른들이 기대하는 ‘여성상’에 아이를 맞추려고 한다.
– 긴 머리가 불편해서 짧게 잘라 달라고 하면 “쇼트커트는 남자가 하는 머리야”라며 머리 꽁꽁 묶어주기
—p.32
– 오빠랑 남동생에게는 많이 먹어야 키 큰다고 하면서 나에게는 살찐다고 그만 먹으라고 하기
—p.36
– 여자는 피부가 하얗고 고와야 한다며 선크림 덕지덕지 바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매기
—p.50
이처럼 서연이가 써내려간 페미니즘 다이어리는 자신이 겪었던 일들의 기록이자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창구이다. 서연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내가 겪은 일이 그 당시에는 차별과 편견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더라도 그림 속 서연이의 표정과 행동을 찬찬히 살펴보면 자신의 이야기도 함께 꺼내어볼 수 있을 것이다.
내 이야기 같은 생생함을 담은 페미니즘 그림책
저자 김고연주는 딸을 둔 엄마이자 여성학을 공부하고 젠더 자문관으로 활동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김다정 그림 작가는 자유분방하고 생각 깊은 주인공 서연이의 다양한 감정과 행동들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두 저자는 작은 말풍선 하나하나도 함께 이야기 나누고 고민하여 내 이야기 같은 생생함을 살려냈다. 무엇보다 이 책을 만들며 어린 시절에 여성으로서 겪었던 차별의 경험과 현재 아이를 둔 부모로서, 아이들이 성 평등한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