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현직 고등학교 생물교사인 저자는 이렇듯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진 『현산어보』와 정약전의 실학정신을 찾아 7년여 동안 흑산도를 다녔다. 흑산도 현지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희미한 전설이 되어버린 정약전의 옛 이야기를 되살리고, 마치 정약전이 된 듯 직접 바다 생물들을 살피면서 『현산어보』가 담고 있는 내용의 자취를 찾아왔다. 저자는 이 책을 펴내면서 조선 후기의 실학정신을 살리려고 무던히 애썼으며, 그 흔적은 책의 곳곳에 묻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리즈는 『현산어보』라는 우리의 소중한 유산을 찾아 떠나는 여행기이자 『현산어보』의 내용을 실증하는 오늘날의 어보이며, 200년 전의 박물학자 정약전의 정신과 만나는 귀중한 경험임과 동시에 당대의 실학정신을 확인하는 귀한 저작이라 하겠다.
살아숨쉬는 듯 생생한 400여 컷의 세밀화와 800여 컷의 자료 사진이 함께 들어 있는 이 책은 깔끔한 편집이 돋보인다. 또한 한페이지 한페이지마다 저자의 정성이 느껴진다.
출판사 리뷰
“나는 魚譜를 만들어보려는 생각으로 섬사람들을 널리 만나보았다. … 그러던 어느 날 장덕순 창대라는 사람을 만났다. 창대는 늘 집안에 틀어박혀 손님을 거절하면서까지 고서를 탐독했다. … 성격이 조용하고 정밀하여 풀, 나무, 물고기, 새 등 눈과 귀로 보고 듣는 모든 것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깊이 생각하여 그 성질을 이해하고 있었으므로 그의 말은 믿을 만했다. 나는 마침내 이 사람을 초대하여 함께 묵으면서 어족들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내용을 책으로 엮어 『玆山魚譜』라고 이름 붙였다. 어족 외에도 바다물새와 해조류까지 두루 다루어 후세 사람들이 연구하고 고증을 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 『玆山魚譜』 서문 중에서
이처럼 그 책의 서문에는 정약전의 실사구시 정신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200년의 세월을 건너 뛴 지금 신간 『현산어보를 찾아서』의 저자 이태원은 집필을 하는 동안 정약전의 실사구시 정신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나는 정약전이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해서 이러한 책을 만들어내게 되었는지, 당시 우리 학문의 풍토는 어떠했는지, 200여 종이 훨씬 넘는 이 많은 생물들의 진정한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 알지 못하던 생물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과정은 마치 미결사건을 해결해가는 수사관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 여행 도중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 당시 사리 마을의 이장이었던 박도순 씨는 흑산도의 생물과 언어, 민속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 박판균 씨는 주낙업을 하며 직접 잡아본 다양한 물고기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박정국 씨 집에서 함께 만나 조복기 씨와 조달연 씨의 증언은 크기와 사람 키의 두세 배에 이르며, 길고 뾰족한 부리를 달고 있는 신비의 물고기 화절육의 정체를 알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하를 했다….”
— 『현산어보를 찾아서』 ‘책을 펴내며’ 중에서
200년 전 정약전이 그랬듯이 필사본 『현산어보』의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그 내용의 진위를 현대 생물학의 성과에 비추어 이해하려고 한 것은 실사구시의 정신의 발현이라 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정약전이 서문에서, “이 책은 치병(治病), 이용(利用), 이재(利財)를 따지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시인들도 이를 잘 활용한다면 비유를 써서 자기의 뜻을 나타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미치지 못한 것까지 표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맺고 있는 것과 같이 신간 『현산어보를 찾아서』에도 단순히 연근해에서 만날 수 있는 물고기와 해양생물의 정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많은 사투리, 요리법, 잡는 법, 속담에서부터 정약전의 행벅, 동생 약용과의 교류내용, 당시 실학자들의 세계관과 자연과학 등 상당히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특히 400여 컷의 세밀화와 800여 컷의 자료 사진은 읽는 이들의 이해의 지평을 넓히기에 충분하다.